솟아 오르기
견디기 힘들 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당신에게는 언제나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사람이 찾아오고 사건이 벌어지고, 그것에 짓눌리고, 당신은 허둥댄다. 허둥대며 정상적인 호흡법을 잃는다.
허둥대는 동안 당신은 그저 들이킬 뿐이다. 세상을 다 빨아들일 것처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세상 한구석 숨어있는 해답을 찾을 수 없을 것처럼 숨을 들이키도 또 들이킬뿐이다.
당신이 더 들이킬수록, 당신은 더 무거워진다. 침잠하고 침잠한다. 당신이 서시히 침잠하는 그 곳. 그곳엔 아무것도 없다. 오직 암흑 뿐이다. 당신은 절망한다. 끝이라 생각한다. 점차 들숨조차 불가능해진다. 당신은 회복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바닥에 닿는다. 바닥에 닿고 나서야 닿는 순간의 반동으로 인해 자동적으로 가느다란 숨이 당신의 기도를 뚫고 나오기 시작한다. 그제야, 어렵사리 당신은 오래전 오흡법을 기억해 내기 시작한다.
들숨과 날숨
당신은 살고 싶어진다. 당신을 살리고 싶어진다. 그것은 지나가는 사람이었을 뿐. 그것은 지나가는 시간이었을 뿐. 조금은 비열하고 조금은 이기적이며 그렇기에 적나라하게 생존에 충실해질 수 있는 그 순간, 당신은 자맥질하기 시작한다. 위로, 위로, 수면을 향해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최초로 두 눈이 수면 밖 세상을 향할 때 당신은 안도한다. 세상이 거기 그대로 있다. 아연하게 깨닫는다. 당신이 해저에서 짓눌려 있을 때나, 수면위로 떠올라 있을 때나, 세상은 그저 거기에 있었다. 당신에게는 언제라도 세상에 대한 태도를 선택할 기회가 있었다.
생존에 충실한 자는 나아가기 마련이다. 세상을 향해. 주어진 아직 남은 시간을 향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낯섦을 이기고. 자서거럼 등짝에 들러 붙은 무기력을 이긴다. 새 출발을 위한 팡파르는 없다. 대단한 응원도 없다. 당신은 현기증을 느낀다. 혼곤한 피로를 느낀다. 그러나 차분하다. 바닥에 발이 닿았을 때의 차가운 느낌을 기억할 뿐이다. 그 차가움이 머리까지 차갑게 식혀주었음을 느낄 뿐이다.
이제 당신은 매우 먼 곳까지 시계가 훤하다. 두 팔을 뻗어 헤엄을 시작한다. 한 번의 내 뻗음이 두 번의 내 뻗음으로 이어지고, 두 번의 내 뻗음이 세번의 내뻗음으로 이어진다. 네 번째 내뻗음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을지 당신은 아직 알지 못한다. 아직 알고 싶지 않다. 들숨과 날숨이 좋을 뿐이다. 움직임이 좋을 뿐이다. 다시 더워지는 심장이 좋을 뿐이다.
당신이 아는 것은 다만 이것, 어떻게든 또.....살아진다.
더워진 심장은 이제 가까운 뭍에서 쉬고 싶어하지 않는다. 살아 있음을 더 오래. 더 진하게 확인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가장 먼 뭍으로 향한다. 가장 멀고 가장 뜨거운 뭍에 절망으로 식었던 발을 데고 싶다. 아주 잠깐 뒤돌아 볼까 하지만 그 뿐이다. 당신은 그대로 앞으로 간다.
한 챕터가 끝이 난다. 새로운 챕터가 시작된다. 늘 멀이진 끝은 차고 다가가는 시작은 따뜻하다.
그래서 나는 아프리카로 갔다.
-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 , 오소희 작가 프롤로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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