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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12)
아이 캔 스피크 실화, 줄거리, 이용수 할머니, 위안부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기존 위안부 할머니들의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주로 당시의 상황과 피해사실에 집중된것 과는 달리 살아계신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싸우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영화 입니다. 

사실 영화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위안부 관련 영화라는 것이 전혀 드러나지 않으며, 일반 공무원과 할머니 사이의 갈등(?)을 그리는 코믹물처럼 그려집니다. 

 

주인공 민재(이제훈 분)는 대한민국 9급 공무원으로 조금은 차갑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살아가는 인물 입니다. 영어도 굉장히 잘하고(유학생 출신!) 일처리도 탁월하여 구청에서 여러모로 이쁨을 받고 있습니다. 

반면 나옥분(나문희 분) 할머니는 사사 건건 시비를 걸며 어마무시한 양의 민원을 구청에 쏟아내는 까탈스런 할머니 입니다. 홍반장 처럼 어디선가 누구에게 무슨일이 생기면 짜잔 하고 나타나 무찔러 주기도하고, 범범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마구 타박하며 쓴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으로 구에서 발생하는 많은 사건들에 관여하게 됩니다. 

구청 공무원과 민원인 사이로 만나 계속 부딪히던 두 사람 사이에 명확한 갑을 관계를 만들게 된 사건이 생깁니다. 왠일인지 나옥분 할머니는 영어를 무척이나 배우고 싶어 하시지만, 다니던 동네 학원에서도 짤리고 딱히 선생님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민재가 영어를 정말 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해서 나옥분 할머니의 민재를 향한 영어 선생님 구애는 애절하게 진행됩니다. 물론 찬바람 날리는 민재는 계속 수를 쓰며 할머니를 피해다닙니다. 

그러던 중, 민재의 동생 영재가 라면 쪼가리를 먹고 다니는 걸 본 나옥분 할머니가 손수 지은 집밥을 차려주는 모습을 본 민재는 매우 감동을 받게 됩니다. 둘은 영어 선생과 제자의 관계로 발전(?) 하고 점차 시간이 흐르며 둘 만의 우정을 쌓게 됩니다. 할머니가 영어를 배우려고 한 진짜 목적은 미국에 있는 동생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이고 어린 시절 동생과 헤어지게 된 슬픈 가정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민재는 더욱 할머니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낍니다. 

사실, 나옥분 할머니는 일제 시절 위안부로 끌려가서 고초를 겪었던 과거가 있습니다. 할머니는 위안부 시절 자신을 살려줬던 친구 정심이 시민단체와 함께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하며 사과를 요구하는 집단 행동에 함께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위안부였던 사실을 철저히 숨긴채, 정말 가까운 친구들에게도 털어놓은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친구 정심이 알츠하이머로 미국에서 있을 재판에 증인 출석이 어렵게 되자, 큰 결심을 합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자신이 대신해 증인으로 서기로 결정 합니다. 할머니는 그동안 본인이 위안부임을 밝힌적도 없고 등록을 한 적도 없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나옥분 할머니가 위안부라는 증거가 없다며 증인 기각 요청을 합니다. 이때 민재가 짠 하고 나타나, 전에 할머니께서 한번 보여줬던 위안부 시절 사진을 증거로 제출 합니다. 

할머니는 증언을 시작하기 전, 본인 몸에 새겨진 온갖 문신들을 보여줍니다. 바로 직전 일본 편을 들며 위안부들을 매도하던 미국 정치인들이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일본은 미국 정치권에 엄청난 로비를 통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서 항상 일본이 유리하게 정책실행이 되도록 수를 씁니다. 해서 위안부 문제도 자발적 매춘부 정도로 의식하고 할머니들을 몰아 붙이고 있었습니다. )

할머니의 피눈물 나는 증언 후, 그 법정에선 일본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눈물 흘리며 나옥분 할머니께 사과 합니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남동생도 만나게 됩니다. 

이 영화는 이용수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물론 영화적 재미를 위해 각색을 하고 실제와 다른 점도 많이 있습니다. (문신의 경우 정옥순 할머니의 피해 증언임.) 기존 영화들과 달리 현재를 살아가는 위안부 할머니의 일상에 포커스를 두고, 할머니들의 외롭고 힘든 삶과 평범함을 코믹하게 때로는 가슴 아프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살아계신 할머니들이 직접 증언을 하고 계신데도 계속 부정하는 일본 정부의 뻔뻔함과 할머니들의 잔인한 삶이 교차되며 폭풍 눈물이 쏟아집니다. 초반에는 웃긴 장면이 많지만 갈수록 눈물나고 감동나는 스토리 입니다.

일본 정부가 재미 있는 건, 백인 위안부 피해자에게는 사과를 했다는 것 입니다. 한국을 포함 중국, 동남아 위안부 피해자에게는 사과는 커녕 사실관계를 계속 부정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네덜란드인 위안부들에게는 사과를 했습니다. 여기서도 강자에게는 한없이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일본인의 본성이 드러납니다. 

이것보다 더 슬픈 현실은 대한민국의 현재를 살아가는 후손중의 일부가 일본인들과 똑같은 시선으로 할머니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함께 손잡아주고 위로해주고 동감해줘도 부족할 마당에 일본 정부의 이익을 대변하고 할머니들의 가슴을 한번 더 찢어놓는 그들이 이 영화를 꼭 한번 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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