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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해지는 글들 (40)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도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 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 부터 미움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미워하는 대상이 이성적으로 옳게 파악되지 못하고 말초감각에 의하여 그릇되게 파악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증오의 감정과 대상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혐오에 있습니다. 



인디언의 편지, 어머님께

며칠 전에는 1885년 아메리카의 한 인디언이 미국 정부에 보낸 편지를 읽었습니다. 그속에는 이런 구절들이 있습니다.

"당신(백인)들은 어떻게 하늘을, 땅의 체온을 매매할 수 있습니까?"

"우리가 땅을 팔지 않겠다면 당신들은 총을 가지고 올 것입니다. 그러나 신선한 공기와 반짝이는 물은 기실 우리의 소유가 아닙니다."

"갓난 아기가 엄마의 심장의 고동소리를 사랑하듯 우리는 땅을 사랑합니다."

어머니를 팔 수 없다고 하는 이 인디언의 생각을, 사유와 매매와 소비의 대상으로 모든 것을 인식하는 백인들의 사고방식과 나란히 놓을 때 거기 "문명"의 치부가 선연히 드러납니다. 

야만과 미개의 대명사처럼 되어온 한 인디언의 편지가 이처럼 통렬한 문명비평이 된다는 사실로 부터 우리는 문명과 야만의 의미를 다시 물어야 옳다고 생각됩니다. 편지의 후예들은 지금쯤 그들의 흙내와 바람마저 잃고 도시의 어느 외곽에서 오염된 햇볕 한 조각 입지 못한 채 백인들이 만들어 낸 문명의 어떤 것을 분배받고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저는 이 짤막한 편지를 읽으며 저의 세계관 속에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식민지적 잔재가 부끄러웠습니다. 서구적인 것을 보편적인 원리로 수긍하고 우리의 것은 항상 특수한 것, 우연적인 것으로 규정하는 "사고의 식민성"은 우리의 가슴에 아직도 자국 깊은 상처로 남아있습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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