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한인 2세 전후석 변호사는 2015년 쿠바와 미국이 국교를 맺으며 처음으로 쿠바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평소 한인 디아스포라(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던 그는 이번 쿠바 여행을 통해 교인이 예수를 만난 것과 같은 큰 감동와 영감을 얻게 됩니다.
그가 처음으로 탔던 택시 기사가 한인 이민자의 4세이고 그의 아버지는 쿠바 혁명을 이끌었던 임은조(헤로니모임)선생이며, 그의 조부는 독립운동을 하던 임천택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 가족의 스토리를 통해 쿠바 한인 이민사를 영화로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임천택님은 열악한 이민자 시절 쌀한숟가락씩 모아서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보냈고, 이는 김구선생님의 백범일지에도 기록 되었습니다. 1995년 임은조 선생님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이 사실이 알려졌고 훈장까지 받게 되십니다.
아들인 임은조(헤로니모)님은 한인 최초로 쿠바에서 대학을 진학했고 당시 뛰어난 어휘와 학력, 외모로 매우 유명했다고 합니다. 아바나 대학 법대 시절 동기가 피델카스트로 이고, 이를 인연으로 쿠바 혁명에 뛰어들며 체게바라와 함께 산업부를 이끌게 됩니다. 은퇴 후에도 작은 소도시 시장에 당선되기도 하고 계속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소련 붕괴로 공산주의 국가의 폐막을 맞보며 많은 회의를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쿠바는 북한과 끈끈한 동맹국으로 우리 대한민국과는 수교도 맺고 있지 않는 국가로 민중의 평등과 번영을 추구하기 위해 공산주의를 택했지만 그렇게 원했던 모두가 잘 사는 나라는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궁핍하고 발전하지 못하는 쿠바를 보며 안타까움을 가졌습니다.
19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전 세계에 있는 한인 교포들을 한국에 초대하는 행사에 참석하게 되면서 임은조 선생은 많은 변화를 겪게 됩니다. 공산주의 특성상 민족성을 강조하는 행위를 할 수 없어 혁명이후 한인회도 사라지고 한국적 정체성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아버지 임천택이 그토록 원했던 조국 방문 그리고 한인 정체정 확인을 위해 일하고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임은조 선생에게는 쿠바 한인들을 위한 세 가지 꿈이 생겼습니다. 첫째, 쿠바 최초 한인들의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쿠바의 한인들’이라는 역사책을 발간하는 것. 둘째, 한국의 소식을 듣고, 쿠바 내에 한국의 문화와 역사, 언어를 배울 수 있는 학교를 운영하는 것. 셋째, ‘쿠바 내 한인회 설립’하는 것.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는 남은 여생을 이 세가지 꿈을 이루기 위해 바쳤습니다. 과거 쿠바 혁명을 위해 바쳤던 열정을 이제는 한인 사회를 위해 썼던 것 입니다.
2006년 수술 도중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그는 그의 사비와 모든 능력을 총 동원하여 그의 세가지 꿈을 실현했고 이제는 그의 아들과 손자가 이 헤리티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며 한인, 한국인 이라는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흔히 유태인들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Duty call 이라고 해서 국가가 부르면 어디든 달려간다 든지, 서로 도와주고 인정하며 살아가는 디아스포라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 이민자들 혹은 입양아, 혼혈아 등을 보는 한국 국민들의 시각은 부정적이거나 배타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조선족이라 불리는 중국 교포, 러시아 등지에 살고 있는 고려인들과 같이 생긴것도 똑같고 심지어 언어도 같이 쓰는 데도 2등 국민 취급하며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히려 이들이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하던 선조들의 후손들인데도 인정하고 대접하기 보다는 하대하는 그런 문화가 있다는 현실이 슬프게 다가옵니다.
우리도 한인, 한국인 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정의를 넓게 가지고 해외 교포들을 진정한 동포로 인식하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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