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사기획 창 밀정이란 프로그램을보고 2016년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밀정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밀정, 말그대로 동지를 배신하고 적에게 정보를 팔아먹는 자들인데요.
영화 밀정은 실제 사건인 "황옥경부 폭탄사건"과 1923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이라는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픽션이며,2016년 베니스 영화제 비경쟁 부문, 토론토 국제 영화제 스폐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 받았고, 백상 예술대상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김지운 감독은 과거 영화에서도 아름다운 색감과 화면 디자인으로 유명한 분인데요. 이번 밀정은 한국 영화 최초로 워너브라더스 사에서 100% 제작비를 대고 개봉한 영화 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군자금을 얻기위해 의열단원 김장옥은 갑부 김황섭의 집을 몰래 방문하지만 밀정의 신고로 일본군에 포위되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합니다. 과거의 동지이자 친구인 이정출(송강호분)은 그의 죽음을 지켜보며 떨어져 나간 그의 발가락을 주워들고 밖으로 나옵니다. (이정출은 과거에는 독립운동을 했지만 일본 밀정으로 변절하여 경무국 경부까지 승진한 인물입니다.)
이 사건으로 일제의 의열단을 제거하기 위한 움직임은 더욱 거세지고 이정출은 윗선의 지시에 따라 의열단원 김우진(공유 분)에게 접근하고, 이들은 첫만남부터 서로의 존재를 알아채지만 겉으로는 술을 함께 하며 형, 동생 하는 사이로 발전합니다.
사실 일본 경찰 대장 히가시는 이정출을 의심하고 있었고 이정출에게는 의열단원과 사귀어 정보를 캐오라는 지시를 하고 또다른 조선인 경찰인 하시모토(엄태구분)를 같은 팀으로 만들어 이정출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게 만듭니다.(여담이지만 하시모토는 화장을 한건지 정말 잔악무도한 일제 경찰의 이미지를 잘 표현했습니다. 중간에 부하의 뺨을 미친듯이 때리는 장면이 있는데 보고만 있어도 내가 뺨을 맞는것처럼 살벌합니다.)
이정출과 하시모토는 한팀을 이루어 의열단 제거를 위해 상하이로 건너가게 됩니다. 여기서 의열단 단장인 김원봉 선생을 모티브로 한 정채산(이병헌 분)을 만나게 되고 정채산은 이정출의 우유부단함을 일찍이 알아채고 그를 의열단의 밀정으로 삼기로 결심합니다. 정채산은 이정출과 말술을 마시며 그를 설득하고 마침내 이정출은 경성까지 폭탄 운반을 도와달라는 의열단의 요구를 들어주게 됩니다. (여기서 이정출은 내일 아침에 내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라는 대사를 하는데, 이부분이 오히려 더 신뢰가 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미 의열단 내에는 일제가 심어둔 밀정이 있었고, 의열단이 폭탄을 싣고 경성까지 기차로 움직인다는 정보를 일본 경찰들이 먼저 알게됩니다. 김우진은 밀정을 알아내기 위해 의열단원들에게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로 접선장소를 알려주었고, 이정출을 통해 조회령(신성록 님)이 밀정임을 알게되고 그를 사살합니다. (신성록님은 뮤지컬 그리스에 나올 때만 해도 이미지가 좋았는데, 계속 악역만 하다보니 악역 전문 배우로 이미지가 굳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연기도 잘하고 외모도 출중한데 말이죠. ㅠㅠ)
움직이는 기차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속고 속이는 과정 속에 김우진을 살리기 위해, 이정출은 하시모토와 그의 수하를 죽이게 되고, 본인도 팔에 부상을 입힌채 기차에서 뛰어내리게 됩니다. (의열단원에게 총을 맞고 열차에서 떨어지는 척 연기를 한 것이죠.)
하지만 경성역은 이미 일본 경찰과 군인들로 포위된 상황이었고, 여기서 의열단원들은 총에 맞아 죽기도 하고 김우진과 몇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일제에 체포되게 됩니다. 여기서 김우진과 로맨스(?)를 나누는 연계순(한지민 분)도 잡히게 되고 일제에 의해 모진 고문을 받습니다. 아, 이장면들 정말 슬픕니다. 일본놈들 진짜 사악한게 사람이 어디를 어떻게 건드리면 견디지 못하는지 연구했나 싶을 정도로 잔인하고 모질게 고문을 합니다. 일제시대 일본인들에게 고문기술을 전수받은 조선인 경찰들이 후에 대한민국의 경찰이 되고 7~80년대 고문 경찰로 엄청난 활약을 하게 되지요. ㅠㅠ
어쨌든, 살아남은 김우진과 의열단원은 폭탄을 경성에 옮기는데 성공하고 일제의 삼엄한 감시속에 숨어지내던 김우진은 은신처를 마련해 머물게 됩니다. 하지만 일제가 심어둔 또 다른 밀정(얘는 첫 장면에 김장옥과 함께 나오는 인물인데 밀정 아니라고 개 고함을 칠 때 알아봤던 놈입니다. 김우진이 의심받던 이놈을 풀어줬지만, 결국 은혜를 원수로 갚았지요.)에 의해 이정출과 함께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이렇게 이정출과 김우진은 감옥에 갇히게 되고 재판에서 이정출은 자신은 충실한 일본의 경찰이며 오히려 의열단에 몰래 잠입해 그들의 작전을 방해하고 사전에 차단하여 의열단 전체를 소탕하려고 했다는 발언을 합니다. 출소 후 이정출은 죽은 연계순의 시신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됩니다.
과거 경무국 시절 비서에게 일본 고위 관료들이 주최하는 파티가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된 이정출은 숨겨둔 폭탄을 가지고 혼자 거사를 치르러 갑니다. 알고보니 일제에게 잡히기 직전 김우진은 이미 이 상황을 예상하고 이정출만이라도 살아남아서 남은 거사를 이어가 달라고 부탁을 했던 것입니다. 이정출의 거사는 성공적으로 끝나고 이후 초반에 나온 부자 김황섭을 권총으로 처단하며 일제와 친구에 대한 복수를 마무리 합니다.
일제의 고문으로 혀를 깨물고 말을 못하게 된 김우진은 "단원들 이곳에 다녀가다"라는 문구를 감옥 벽에 새기며 이정출 거사의 성공을 전해듣고 미소를 지으며 이 영화는 끝이 납니다.
김지운 감독은 영화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친일 또는 항일의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 어느 한쪽으로 발을 내디뎠을 때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는, 그런 인물이 그 경계 위에서 줄타기하는 모습들이 흥미로웠고 그 인물들의 박진감을 표현하고 싶었다. 시대가 사람들을 어떻게 압박했는지, 어디로 몰고 가는지 시대의 가속을 받는 인물들의 감정적 과정과 어두운 내면의 행로를 시대적인 공기와 함께 다루려고 노력했다."
사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이 상황.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선택의 기로에 놓인 삶을 살게 됩니다. 나의 이익과 삶을 위해 부정한 길을 택해야 할 때도 있고, 대세와 사회를 위해 정의로운 길을 선택할 때도 있습니다. 언젠가 부터 우리 나라는 나, 혹은 우리 가족만 잘먹고 잘살면 그만이라는 개인주의 적인 사고가 많이 통용되는 사회가 된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가 나, 개인 보다는 사회, 공동체를 좀 더 생각하고 사회의 약자와 빈자를 기꺼이 도와주고 나눠줄 수 있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우리 사회는 보다 따뜻하고 살만한 세상으로 변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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