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마다 천사가 있어 날마다 속삭인다. 자라라. 자라라."
한 사람 한 사람 마다 천사가 있다는 것도 솔직히 놀라운데, 풀잎 하나에까지 천사가 있어서 날마다 속삭인다는 말, 순간 고개를 돌리자, 길거리에 서 있는 나무들과 이파리들이 보였는데, 뭐랄까, 갑자기 세상이 다르게 보였어. 같은 초록색이 다 같은 초록색이 아닌 것 같았고 바람결에 흔들리는 모양새도 그냥 흔들리는게 아닌 것 같았단다. 사물의 의미도 다르게 다가왔지. 온 세상이 신비한 생명으로 가득 차 있는 것 처럼 보인거야.
그 천사들은 풀잎 하나마다에게, 나뭇잎 하나마다에게 이렇게 말할지도 몰라. 지금 당신을 흔드는 바람, 지금 당신을 적시는 빗물, 지금 당신을 목마르게 하는 뜨거운 햇살은 다 당신을 자라게 하는 우주의 신비한 계획 중에 하나랍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힘을 내세요. 우리가 당신을 응원할게요.
사람들은 가끔 엄마에게 묻는다. 왜 책을 읽으세요. 엄마는 오래 생각해 왔던 대답을 간단하게 하지.
"자라려구요. 성장하려구요"
그래 엄마는 아직도 자라고 싶다. 더 높고, 더 깊고, 더 따뜻하고 더 투명하며 단순한 세계로 가 보고 싶어. 물론 그런 나라는 지구상 어디에 있는 것이 아니니, 엄마의 마음속에 있겠지. 무엇하러 그렇게 힘들게 노력하면서 깊고 넓고 높아지려고 애쓰냐고? 그건 삶의 태풍으로부터 엄마 자신을 지키고 싶어서야. 봄날의 가뭄을 이기려고 깊이 뿌리를 내렸던 벼들이 태풍으로부터 자신을 지켰듯이 말이야. 창밖의 벚나무에 달린 저 가득 한 꽃 이파리들을 좀 봐. 저 꽃 이파리들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바람 때문이 아니란다.
-공지영,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중에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을 찾는 사람들 (0) | 2019.01.15 |
---|---|
빛나라 세상이 어두울수록 (0) | 2019.01.14 |
쓰고 있는 열쇠는 항상 빛난다 (0) | 2019.01.09 |
용타 스님의 행복 노트 (1) | 2019.01.08 |
손녀 딸 릴리에게 주는 편지 (0) | 2019.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