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 교육의 끝자락에 있었던 나는 초등학교 때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치며 입이 찢어지는 이승복 어린이의 다큐를 보며, 공산주의가 뭔지, 빨갱이가 뭔지 그 의미도 모르면서 무조건 그런 건 "나쁜 거다" 라고 배웠다. 그 영화 뿐이겠는가. 우리는 교련 수업 때 반 전쟁 준비에 준하는 교육을 받았고, 무엇이든 북한과 연관된것은 옳지 않다라고 세뇌 당하며 자라 왔었다.
내가 지금껏 믿고 옳다고 생각했던 세상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은 대학 새내기 시절 선배들이 빌려준 "해방 전후사의 인식" 이란 책을 읽고 나서였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감히 생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시각의 역사를 알고 받은 충격과 상실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 였다.
치기어린 그 시절에는 그러한 사실에 분노하며, 정의롭게 살아야 겠다고 다짐하기도 하고 정당하지 못함에 반기를 들기도 했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20년 전의 일이 다 됬다. 나이가 들고 가족이 생기고 책임을 지는 삶을 살다보니 그 때의 불타는 정의감은 서서히 사라지고 현실에 적응하며 내 삶과 미래에만 집중하며 살게된 것 같다.
그러다가 이 책을 만나게 되었고, 그 때의 감정이 서서히 떠올랐다. 책장을 넘기며 분노로 손이 떨리면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어이가 없었다. 특히 3장에 나오는 제주 4.3 항쟁과 여순 민중 항쟁 편을 읽으면서는 어떤 영화보다도 더 잔인한 현실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많은 대중들이 이 책을 읽은 후, 진정한 역사를 깨닫고 현 시대의 아이러니와 모순의 근원(역사)부터 이해하여 냉정하게 현실을 보는 시각을 심어주기 위해서, 도올 선생님께서는 피눈물을 흘리며 이 책을 쓰셨다고 한다. 또한,이전 책들이 워낙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정말 쉽게 쓰려고 노력했다고도 하셨다. (이 점은 100% 동의 한다.)
끊임없이 은폐된 역사들이 사실은 미흡한 친일파 청산과 식량난, 자국민을 학살하라는 부당한 요구 때문이었다는 도올 선생님의 해석은 우리 역사의 비극에 의해 은폐된 해방전후사를 직시하게 해줄 것이다.
여순민중항쟁으로 이승만은 강고한 우익체제를 구축했다. 예비검속, 연좌제를 실시했고, 보도연맹을 창설했다(30만 이상을 죽임). 군대로부터 완벽히 좌익세력을 청산하는 숙군사업을 완성했으며, 반민특위활동에 밀린 친일경찰까지도 대거 군대로 들어갔다. …… 경찰병력이 확대되면서 서북청년단원들을 대거 정규경찰화 시켰다. 그리고 국민의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감시체계를 강화하는 유숙계제도를 만들었다. 이러한 모든 변화를 구축하는 계기가 바로 여순민중항쟁이었지만 우리는 그것을 민중항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공권력에 대한 공포감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불신감만 키웠다. 우리는 너무 몰랐다. 우리는 너무 조용했다.
-도올 김용옥 , 우린 너무 몰랐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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